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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 출신 개발자로서 인문학을 프로그래밍에 접목시켜…… 개발자 취준할 때 무기로 써먹을 수 있지 않을까하고 한 번쯤 생각해봤던 면접용 대사다. 그냥 내가 문과니까 면접에서 이게 먹히지 않을까하는 막연하고도 가벼운 생각이었다. 최근에 지인이 이와 비슷한 주제의 포스팅을 보여주었고, 또 다른 지인과도 이러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더니 어디가서 생각없이 내뱉을 만한 말이 아닌 것 같아 한 번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인문학을 프로그래밍에 접목시킨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그렇게 해야할 이유가 있을까? 정말로 인문학을 프로그래밍에 활용할 수 있는 걸까? 1. 비슷한 예 그러고보니 프로그래밍+인문학 고민 이전에 비슷한 고민과 논의가 있었던 분야가 있다. 바로 과학이다. 도덕이나 사회과 교과서에서 자주 나오던 진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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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정말 정말 세금을 좋아한다. 천문학적인 액수의 국가부채를 가진 나라라서 그런지 어떻게든 세금 뜯어가려고 혈안이 되어있는 나라라는 느낌이 있다. 월급에서 뜯어가는 소득세 및 연금도 그렇지만 그건 너무 뻔한 얘기인 것 같고 내가 겪었던 경험을 토대로 그 이유에 대해 말해보려고 한다. 이유 1. 연금사무소 일본의 연금사무소는 국민연금(우리나라로 치면 국민연금공단 같은 느낌)관련 기관이다. 재작년인 2018년 8월, 나는 워홀로 일본에 와있던 2016년 9월~ 2017년 8월 기간동안 지불해야했던 연금을 납부하라는 청구서를 하나 받게 되었다. 액수는 약 18만엔. 깜짝 놀라서 문의도 해보고, 인터넷으로도 조사해보니 해당기간의 연수입이 일정액 이하면 연금 납부가 면제된다고 해서 연금사무소에 면제 신청을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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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년 2개월 정도 전에, 일본 경단련에서 무려 21세기에 접어들고도 17년이나 지나서야 회장 집무실에 컴퓨터를 들였다는 사실이 신문 기사로 난 적이 있다. 한국인들 입장에서 보면 깜짝 놀랄 일이지만 당시 일본에 살면서 이 기사를 접한 나는 별로 놀랍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이미 내 주변에서 충분히 접하고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일본은 정말 끔찍할 정도로 변화하려 하지 않는다. 사실 이 쯤 되면 변화 알레르기가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아직도 현금이 아니면 결제가 안 되는 전국 체인점들도 많고, 더 가까운 케이스로는 경력이 20년이 넘도록 일하면서도 아직도 컴퓨터로 메일 확인 하나 할 줄 모르는 상사도 있었다. 변화를 싫어하는 일본답게 이 체인점들은 현금을 편하게 계산하고, 거슬러주는 기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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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골든 위크 이후로 한국에 돌아오는 건 처음이다. 여전히 일본보다 춥고, 여전히 일본보다 싸고, 여전히 일본보다 맛있는 냄새가 많이 나서 좋다. 부모님이 해 주신 맛있는 밥을 오랜만에 먹고 배 통통 두드리며 이렇게 글쓰는 것도 참 기분이 좋다. 2019년을 돌아보니 일적으로는 작년 9월부터 하던 프로젝트만 주구장창 해왔던 기억 뿐이다. 그 프로젝트를 통해 현 회사에 실망한 점이 많아 5~6월 한 달 반에 걸쳐 이직을 시도해봤으나 쓴 맛을 보게 되었고, 10월에 처음 프로그래밍을 접해보고 11월까지 약 두달간 해보고 나니 이거 해볼만 하겠다 싶어서 이직? 전직? 을 위해내년 1월에 퇴사도 하게 됐다. 프로그래밍이 만만하다는 소리가 아니라, 먼저 이것저것 간단하게 알아보고 만져보니 대학교 2학년때 RPG..
다음 달 15일이면 퇴사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게 된다. 다음주 목요일부터 연휴 + 연차 콤보로 퇴사일인 1월 15일까지 쭉 쉬게 되는데다 근무한 기간도 약 21개월이니 마치 군대 말년 휴가 나가는것 같은 익숙한 개운함이 느껴진다. 군대와는 다르게 돌아가기전에 이것 저것 행정 처리나 신변잡기적인 것들을 처분해야 해서 귀찮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불안함이 느껴진다. 한국은 최근 취업시장이 엄청나게 얼어붙어있다. 신입 공채도 잘 안 열릴뿐더러, 열리더라도 소수만 뽑는다. 이러니 경력은 커녕 비전공, 심지어 생 문과 출신인 내가 개발자 하겠다고 잘 다니던 회사를 때려 치운 게 정말 잘 한 짓일까 하는 그런 불안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는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퇴사를 결정한게 후회가 되진 않는다. 아직 확실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