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문과 출신 개발자로서 인문학을 프로그래밍에 접목시켜……
개발자 취준할 때 무기로 써먹을 수 있지 않을까하고 한 번쯤 생각해봤던 면접용 대사다. 그냥 내가 문과니까 면접에서 이게 먹히지 않을까하는 막연하고도 가벼운 생각이었다. 최근에 지인이 이와 비슷한 주제의 포스팅을 보여주었고, 또 다른 지인과도 이러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더니 어디가서 생각없이 내뱉을 만한 말이 아닌 것 같아 한 번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인문학을 프로그래밍에 접목시킨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그렇게 해야할 이유가 있을까? 정말로 인문학을 프로그래밍에 활용할 수 있는 걸까?
1. 비슷한 예
그러고보니 프로그래밍+인문학 고민 이전에 비슷한 고민과 논의가 있었던 분야가 있다. 바로 과학이다. 도덕이나 사회과 교과서에서 자주 나오던 진부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중요한 것이기에 자주 언급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인문학과 과학은 처음엔 분리되어 있지 않았다고 한다. 두 학문의 목적은 인간 세계의 진리를 탐구하는 것이었으니 같이 달려가는 친구였던 셈이다. 하지만 17세기 과학 혁명 이후로 과학은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그 목적은 인간의 필요와 편의였고, 과학은 목적만을 위해 실험적 탐구만을 중시했기에 점차 인문학과 과학이 분리되기 시작했다. 그 뒤로 계속해서 전세계가 과학의 발전만을 추구했지 그 부산적인 결과들이 인간에게 어떤 문제를 초래할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아니나 다를까 환경 문제, 질병, 무분별한 생체 실험 등 여러 부작용이 발생했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발전시킨 과학이 도리어 인간을 위협해 목적에 반하는 존재가 되었으니, 이 모순에 대한 논의가 생길 수 밖에 없었다. 응당 인간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는데에 인간을 연구하는 학문인 인문학을 과학에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게 된 것이다.
2. 프로그래밍에서의 인문학
인문학과의 결합 논의에 있어서 선배(?)인 현대 과학의 예시를 보았을때 프로그래밍도 인문학의 적용을 피할 순 없다.
프로그래밍 업계에서도 알파고를 시작으로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는 연구를 거듭해 점점 빨라질 것이고, 17세기의 과학혁명과도 같은 인공지능 혁명, 즉 특이점이 언젠가 올 지도 모른다. 조금 호들갑을 떨자면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스카이넷처럼 인간을 학살하는 인공지능이 나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프로그래밍에 대한 인문학의 적용 논의는 살짝 기조가 다르다. 물론 위의 이야기도 현실이 되면 큰 문제겠지만 아직은 머나먼 이야기이고, 개발자들이 인문학을 배워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프로그래밍의 존재에 충실하기 위함이다. 바로 인간의 필요와 편의를 위한 도구라는 것이다. 그러니 인간의 내면을 분석하고 연구하는 학문인 인문학을 공부하지 않으면 그 목적을 추구하는데 한계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음식점을 차리는 것도 가게 주변의 수요층을 조사해 그에 맞춰 개점을 하는 것이 성공확률이 높아진다는 백종원씨 말마따나 프로그래머도 인문학을 통해 인간에 대해 더 빠삭해져야 더 쓸모있는 도구를 만들어 낼 요령이 생긴다는 것이다. 더 유용한 도구를 잘 만들어내는 장인이 더 유능한 장인이듯, 유능한 개발자들이 많아지면 인간은 그 덕에 좀 더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되지 않을까.
3. 여담
글을 쓰고 다시 생각해보니 내가 문과 출신이라고 해서 무조건 인문학과 프로그래밍을 접목시킬 줄 아는 개발자가 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역시 서두와 같은 말은 그렇게 생각없이 뱉을만한 말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도 문과 출신이기 때문에 이런 결과물을 낼 수 있었다고 가슴 펴고 (면접에서든 어디서든) 말할 수 있는 개발자가 되자는 목표가 생겼다.
우리 정부는 어떤가 싶어 검색해보니 문이과 통합 교육 제도를 우리 정부도 박근혜 정권 때부터 추진했고, 문재인 정부는 이를 2022년 수능때부터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2021년의 수험생들에 대한 유감과 실효성 여부는 차치하고 이러한 움직임은 인문학과 이공학의 결합의 중요성을 정부도 의식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부디 좋은 정책을 펼쳐서 유능한 짬뽕인재들이 사회에서 크게 활약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으면 한다.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본견문록(2) - 세금에미친나라 (0) | 2020.01.19 |
---|---|
일본견문록 (0) | 2020.01.04 |
2019년 정리 및 2020년 계획 (0) | 2019.12.28 |
191219 퇴사를 앞두고 (0) | 2019.1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