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견문록(2) - 세금에미친나라
일본은 정말 정말 세금을 좋아한다.
천문학적인 액수의 국가부채를 가진 나라라서 그런지 어떻게든 세금 뜯어가려고 혈안이 되어있는 나라라는 느낌이 있다. 월급에서 뜯어가는 소득세 및 연금도 그렇지만 그건 너무 뻔한 얘기인 것 같고 내가 겪었던 경험을 토대로 그 이유에 대해 말해보려고 한다.
이유 1. 연금사무소
일본의 연금사무소는 국민연금(우리나라로 치면 국민연금공단 같은 느낌)관련 기관이다.
재작년인 2018년 8월, 나는 워홀로 일본에 와있던 2016년 9월~ 2017년 8월 기간동안 지불해야했던 연금을 납부하라는 청구서를 하나 받게 되었다. 액수는 약 18만엔. 깜짝 놀라서 문의도 해보고, 인터넷으로도 조사해보니 해당기간의 연수입이 일정액 이하면 연금 납부가 면제된다고 해서 연금사무소에 면제 신청을했고, 약 2개월 후 면제되었다는 통지서가 왔다.
이렇게 쉽게 금방 해결된 일이라 뭐가 문제냐 할 수도 있지만 그냥 가서 면제 신청만 하면 해결되는 일이라면 연금사무소 측에서 알아서 연 수입 조회를 해서 연금 납부에 해당 사항이 없는 사람을 직접 거르고 청구서를 보내면 될 것을, 일단 청구서를 한번 보내보고 한놈만 걸려라 하는 식으로 연금을 뜯어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나마 일본어가 가능하니 청구서를 찬찬히 읽어보고, 또 여러가지 알아봐서 면제 신청을 받는게 가능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국가에서 청구서가 왔으니 안 내도 될 돈을 벌벌 떨면서 머리 조아리면서 뜯기는 일이 생기는 일이 있지않겠는가 싶었다.
이 일만으로 끝이 아니었다. 그 일이 있고 또 몇개월 뒤, 이번엔 청구서는 아니었지만 청구서 같은 느낌의 편지가 도착했다. 내가 은퇴한 뒤 받을 연금 수령액을 늘려 줄테니 저번에 면제 받은 연금을 납부하라는 내용이었다. 정말 어지간히도 돈이 부족한가보구나 하고 치가 떨리고 소름이 끼쳤다.
실제로 작년 중순께에 일본 금융청의 금융심의회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은퇴해서 무직인 65세 이상 남편과 무직인 60세 이상 부인이 향후 30년가량 더 산다고 했을 때 연금 부족액은 단순 계산으로 2000만엔에 이른다'라는 내용이 들어있어 엄청난 이슈가 되었다. 정부가 부르짖던 '연금만 있으면 100세 안심'이라는 슬로건이 새빨간 거짓말이었단 소리다. 그걸 보고 왜 그렇게 연금 사무소가 필사적으로 돈을 뜯어가려고 날뛰었는지 이해가 갔다. 그리고 이 나라에서 오래살고 싶은 마음도 싹 사라졌다.
이유 2. 일본 국세청
일본 국적을 소지하지 않은 사람이 일본에서 일을하다가 귀국하는 경우, 납부했던 후생연금을 돌려 받을 수 있다. 근데 거의 반쯤 세금같이 납부해온 연금액을 돌려받는 건데도 그 연금 반환액의 20%를 세금으로 또 뜯어간다. 참 별것 아닌것 같아도 대략 몇십만원은 된다. 이 세금은 돌려받을수 있긴한데 무조건 일본 국내에 주소등록을 한 사람(꼭 일본인이 아니어도 됨)을 대리인 개념의 납세관리인이라는 걸 등록을 해야 한다. 즉 일본에 이걸 부탁할 지인이 없으면 이 세금도 고스란히 포기해야된다.
어떻게든 핑계와 이유를 만들어내서(심지어 이유 1번의 사례에서는 안 내도 되는걸 내라고 하기까지 했음)눈에 불을 켜고 세금세금 하면서 스크루지 마냥 돈을 뜯어내려고 하는 모양새를 보면 정말 없는 정도 다 떨어진다. 체면에 죽고사는 일본이 그렇게 모양새빠지게 돈을 뜯어가는 것도 참 신기했다. 어지간히도 돈이 부족한건가? 아니면 세금이라는 이름을 방패로 쓰고있으니 우린 잘못한거 없다는 태도인걸까?
내가 직장생활을 해본 나라가 일본밖에 없어서 고작 이런 일들 가지고 세상 모르는 소리를 한 것일 수도 있다.
그치만 돈을 뜯어가더라도 좀 더 우아하게(?) 뜯어가는 방법을 연구해주면 외국인들이 조금 더 발붙이고 살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